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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팅, 복원된 거리보다 골목이 오래 남는 하카의 강마을
평일 이른 아침, 싼위안거(三元阁)라 불리는 문루 앞에서 처음 들리는 소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덧문 소리다. 긴 나무 판자가 하나씩 홈에서 빠져나와 벽에 차곡차곡 기대어 쌓인다. 누빔 조끼를 입은 여자가 문 앞 가스 화구에 찜기를 올린다. 비탈 아래 팅강은 아직 얇은 안개를 덮고 있다. 푸젠성 서쪽 끝의 창팅(长汀)은 오늘 손님을 맞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남쪽으로 흐르는 강
창팅은 팅강(汀江) 가에 있고, 이 마을을 이해하려면 강부터 봐야 한다. 푸젠의 큰 강은 대부분 동쪽 해안으로 흘러간다. 팅강은 반대로 남쪽으로 꺾여 성(省) 경계를 넘어 광둥으로 들어간다. 그 물은 차오저우와 산터우 부근에서 한장강(韩江)을 거쳐 바다에 닿는다. 덕분에 창팅은 수백 년 동안 교역로의 상류 끝이었다. 소금이 강을 거슬러 올라왔고 목재와 종이가 강을 따라 내려갔다. 이 산간 일대를 다스리던 부(府), 팅저우(汀州)의 치소도 이곳이었다.
같은 물길 덕분에 마을은 하카(客家, 커자)가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하카의 조상들은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중원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 창팅은 스스로를 하카의 수도, 客家首府(커자서우푸)라 부른다. 이 지역에서 팅강은 하카의 어머니 강으로 통한다. 이 문구는 패루에도, 포장 간식 라벨에도 적혀 있다. 나이 든 주민들은 같은 이야기를 더 조용히 한다. 메이저우나 그보다 먼 곳에 사는 친척 이야기를 할 때면 하류 쪽을 가리키곤 한다.
汀江一路向南流进广东,也把客家人一代代送往远方。
옛 성벽은 지금도 강둑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군데군데 다시 쌓았지만 원래의 선은 그대로이고, 지촨먼(济川门)이라는 성문이 마을에서 물가 쪽으로 열려 있다. 이른 아침 성벽 위를 걸으면 빨랫대와 돌계단 위 생선 장수의 양동이, 둑에서 긴 낚싯대를 던지는 남자들이 내려다보인다.
뎬터우제, 그리고 그 뒤의 골목
방문객 대부분은 뎬터우제(店头街)를 보러 온다. 정성껏 복원한 2층 목조 상점이 줄지어 선 거리로, 지금은 말린 두부 가게와 찻집, 대나무 공예품 노점이 늘어서 있다. 걷기 좋은 거리이고 주말이면 사람으로 붐빈다. 그리고 여느 곳처럼, 복원은 모퉁이 하나쯤 지나면 끝난다.
아무 옆 골목에나 들어서면 바닥이 새 화강암에서 오래되고 울퉁불퉁한 돌로 바뀐다. 빗물이 흐르는 자리에는 얕은 고랑이 패어 있다. 집들은 돌 기단 위에 벽돌을 쌓았고, 석회를 바른 벽은 땅에 가까울수록 잿빛이 짙다. 열린 문 안쪽 대청에는 집안 제단과 텔레비전, 세워 둔 스쿠터가 한 방에 함께 있다. 문틀에 붙은 붉은 대련, 对联(두이롄)은 여름을 나며 분홍빛으로 바랬다.
문 위 상인방을 올려다보자. 하카 가옥에는 堂号(탕하오)를 내건 집이 많다. 집안의 뿌리인 먼 북쪽 고장을 기록해 문 위에 칠하거나 새겨 둔 당호다. 예를 들어 천(陈)씨 집안이라면 지금의 허난성에 있던 옛 군(郡)의 이름을 딴 颍川堂(잉촨탕)을 걸어 두었을 수 있다. 이 현판들은 마을에서 가장 짧게 압축된 역사다. 문 옆 의자에 앉은 어르신에게 휴대폰을 들기 전에 먼저 현판 쪽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면, 어느 당호가 자기 집안 것인지 알려 줄지도 모른다. 오후가 되면 골목 사이사이에 숨은 작은 찻집에서는 차보다 의자가 주인공이다. 낮은 탁자를 둘러싼 대나무나 플라스틱 의자, 화구 위의 주전자, 낯선 사람이 와도 멈추지 않는 카드 게임이 있다.
언덕을 오르는 성벽
창팅의 성벽은 중국 성벽으로서는 드물게 평지를 벗어나 언덕을 오른다. 북쪽 성벽은 구시가 바로 뒤에 솟은 숲 우거진 언덕, 워룽산(卧龙山)을 타고 올라간다. 그래서 마을은 돌로 쌓은 고리 안에 들어앉아 있고, 그 고리는 언덕까지 품고 있다. 계단길이 녹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성벽을 따라 이어진다. 위쪽 구간에 오르면 기와지붕과 굽이도는 강, 다리 너머로 퍼져 나간 신시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아래 팅저우 문묘, 汀州文庙(팅저우원먀오)에는 오래된 나무가 선 마당이 있고, 반원형 연못 위로 돌다리가 놓여 있다. 문묘라면 으레 갖추는 배치지만 이곳은 유난히 고요하다. 가까이에는 옛 과거 시험장인 汀州试院(팅저우스위안)이 있다. 주변 여러 현의 응시자들이 부(府) 단위 시험을 치르러 오던 곳이다. 두 곳 모두 문화유산이라, 그날 어느 전각이 열려 있는지는 입구에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마을이 열 시 전에 먹는 것
아침으로는 芋子饺(위쯔자오), 토란 만두를 찾아보자. 피는 으깬 토란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들며, 찌고 나면 반투명하고 살짝 잿빛이 도는 껍질이 된다. 소는 대개 돼지고기에 죽순과 버섯을 넣는다. 대나무 찜기나 얕은 그릇에 담겨 나오고, 고추와 식초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빚는 가게는 출근길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동나기 일쑤다.
창팅의 말린 두부, 长汀豆腐干(창팅더우푸간)은 푸젠 서부의 이른바 「8대 건식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방문객 대부분은 뎬터우제에서 진공 포장된 제품을 사 간다. 그보다는 아침 시장 노점에서 낱개로 파는 것을 몇 조각 사는 편이 낫다. 아직 낭창하고, 휠 만큼 얇게 눌렀으며, 향신료 넣은 국물에 졸여 빛깔이 짙다.
점심에는 가정식 식당에서 河田鸡(허톈지)를 낸다. 같은 현에 속한 허톈진에서 놓아 기른 닭이다. 끓는 물에 은근히 익혀 생강, 마늘, 파로 만든 기름에 찍어 먹는다. 한 마리나 반 마리 단위로 팔고, 값은 무게와 그날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값은 닭을 고른 뒤가 아니라 고르기 전에 물어보자.
성벽 안에서 보내는 밤
구시가 안에는 가정집을 고친 게스트하우스가 몇 곳 있다. 하늘로 트인 채광 공간 天井(톈징)을 둔 안뜰이 있고, 방들은 나무 회랑을 따라 나 있다. 앞 대청 문 위에는 지금도 주인 집안의 당호가 걸려 있다. 운영은 대개 그 집안이 직접 한다. 아침은 집 부엌에서 지어 내고, 어느 만두 가게가 가장 먼저 문을 여는지는 주인이 안다.
대신 소음과 계단은 감수해야 한다. 나무 바닥은 발소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고, 톈징으로는 빛뿐 아니라 비도 들이친다. 엘리베이터는 거의 없다. 강 건너 신시가의 체인 호텔은 정반대의 장점을 갖췄다. 어디에 묵든 예약 전에 외국 여권으로 숙박 등록이 되는지 꼭 물어보자. 중국의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모두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밤늦게 프런트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는 길, 그리고 천천히 머물기
창팅은 푸젠 서부를 지나 룽옌(龙岩)과 장시성 간저우(赣州)를 잇는 철도 위에 있다. 가장 가까운 공항도 이 두 도시에 있다. 룽옌은 하카의 흙으로 지은 원형 가옥, 土楼(투러우)를 둘러보는 거점으로도 흔히 쓰인다. 새 고속철 노선이 개통될 때마다 역 이름과 운행편이 바뀌니, 예전 일정표를 따르기보다 중국철도 12306에서 현재 열차를 확인하자. 역에서 구시가까지는 택시나 시내버스로 이동할 시간을 따로 잡아 두자.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대체로 날이 건조하고 성벽 위 전망도 맑다. 늦봄은 푸르지만 곧 매우(梅雨) 철로 이어져 돌 골목이 며칠씩 젖어 있기도 하다. 10월 국경절 황금연휴와 춘절 기간은 피하자. 뎬터우제가 중국 국내 여행객으로 가득 차고 게스트하우스 요금도 오른다. 문묘와 시험장은 개방 시간과 입장 방식을 각자 정한다. 입구에서 묻거나 중국 소셜 플랫폼에 있는 현 공식 관광 계정에서 확인하자.
흔히 하는 실수는 창팅을 투러우 가는 길에 반나절 들르는 곳으로 여기는 것이다. 복원된 거리는 한 시간이면 다 걷는다. 그 뒤의 골목을 보려면 저녁 한 번과 아침 한 번이 필요하다. 골목의 하루는 이른 아침에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만두 가게가 가장 분주하고, 강둑이 낚시꾼들 차지가 되는 바로 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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